서양미술사 참고자료/후기인상주의

서양미술사34 인상주의:드가

AH101 2012. 2. 16.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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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가(Edgar Degas: 1834~1917) ★

Self-Portrait, approx. 1863

19세기의 전형적인 초상화 양식에는 몸체와 두부(頭部)를 비스듬히 돌려 정면을
향하는 다소곳한 모습들이 자주 보이며, 드가 자신의 모습을 그린 이 초상화 역시
전통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다. 20세 무렵에 그린 19세기 서구의 전형적인 옷차림
새로 책상 위에 한 쪽 팔을 얹은 채 다른 한 손에는 밑그림 제작용 석묵(흑연)을
가볍게 쥔 모습이다. 이 작품을 제작하던 무렵 약관의 그는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르네상스 회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이미 고전주의 작가들의
작품에 심취하여 그들의 작품을 차례로 모사한 바 있는 까닭에서인지 그리스-로마
의 양식을 답습함으로써 극히 정적이며 차가운 느낌을 주는 고전주의 회화의 경향
이 이 작품에서 뚜렷이 엿보인다.

에드가 드가(Edgar Degas:1834~1917)는 프랑스 파리, 부유한
은행가 집안의 장남으로 처음에는 가업을 계승하기 위하여 법률을 배웠으나,
화가를 지망하여 1855년 미술학교에 들어갔다. 앵그르의 제자로서 1856년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르네상스 작품에 심취하였다. 이 무렵부터 거의 10년간
은 화가로서의 본격적인 수업기로 오로지 고전 연구에 힘을 기울였다.
1865년 살롱에 《오를레앙시(市)의 불행》을 출품하였다. 그 후 자연주의 문학
이나 E.마네의 작품에 이끌려, 근대생활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을 제작했는데,
1874년부터 1886년까지 인상파전에 7회나 출품·협력하였으나 그 후로는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드가는 풍경화에는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사진이나 우아한 일본 판화 등
당시 파리에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새로운 표현 방식에 흥미를 느꼈다.
그는 파리의 근대적인 생활에서 주제를 찾게 되자 더욱 재능을 발휘하여 정확한
소묘 능력 위에 신선하고 화려한 색채감이 넘치는 근대적 감각을 표현하였다.
인물 동작을 잡아 순간적인 포즈를 교묘하게 묘사하여 새로운 각도에서 부분적
으로 부각시키는 수법을 강조해왔다. 경마나 무희, 욕탕에 들어가거나 나오려는
여성의 한 순간의 동작을 즐겨 그렸다. 이러한 그의 눈과 기량은 파스텔이나
판화에도 많은 수작을 남겼을 뿐 아니라, 만년에 시력이 극도로 떨어진 뒤에
손댄 조각에까지 더없는 걸작을 만들어냈다. 선천적으로 자의식(自意識)이 강한
성격 때문에 독신으로 보냈고, 그의 인간 혐오증은 늙어갈수록 더하여 고독한
가운데 파리에서 생애를 마쳤다.

Portrait of Hilaire de Gas, Grandfather of the Artist, 1857

Portrait of Marguerite de Gas, the Artist's Sister, 1858-1860.

The Duke and Duchess Morbilli, approx. 1865

The Bellelli Family, 1859-60

르네상스 회화에 자극을 받은 드가는 자신의 이탈리아 친척들을 차분하면서도
품위 있게 묘사했다. 자연스러운 구성과 전통적인 기법이 결합된 이 작품은 지나
치게 엄격하지 않으면서도 진지해 보인다. 이 작품의 특징은 섬세한 묘사의 고전적
화풍을 따르고는 있지만, 이제까지의 전통적인 구도법에서 벗어난 특이한 점을
보인다. 화면의 오른편에 보이는 드가의 고모부인 벨렐리씨는 의자에 앉아 등을
돌린 뒷모습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얼굴은 측면만을 보이며, 드가의
고모와 두 사촌 누이 동생들은 시선의 방향을 제각기 달리 하고 있다.
이것은 드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으로서 당시의 보수적인 화풍으로서는 상상치
도 못할 파격적이며 대담한 구성을 보이는 것이다. 경직된 정면향의 자세보다는
이처럼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함은 현실의 실제감을 더욱 더 강조하며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원래 드가의 회화적 특질은 강한 명암 대비, 활달한 윤곽
선묘, 특이한 시각에서 포착한 대담한 구도, 현실감 넘치는 소재의 선택 등인데,
이 작품에서 그는 의도적인 대담한 구성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A Woman Seated beside a Vase of Flowers, 1865

탁자의 곁에 팔을 기대 앉은 여인과 꽃들은 구도상 서로 양분되어 대칭을 이루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꽃송이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한데 비해,
여인의 모습은 화면의 한쪽에 치우쳐져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파악한다면
당연히 인물이 주제가 되고, 꽃은 부제가 될 터인데 드가는 이를 역이용하고
있다. 불균형의 면적비에 비해, 전혀 한쪽에 치우침이 없어 보이는 짜임새는 드가
만이 지닌 대담한 구도 설정의 재치일 것이다. 현란한 색채 및 갖가지 크기의 꽃
이 한데 어울림이 부분적으로는 산만해 보이지만, 그 산만함이 오히려 여인의
모습과 표정에 시선을 끌게 한다. 또한 인물의 뒷배경을 창문 밖 멀리의 풍경이
내다보이게 함으로써 가득한 화면의 공간감을 확대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Racehorses in Front of the Grandstand, 1866-68

회화 뿐만 아니라 조각, 소묘 등에도 능했던 드가는 인상주의 그룹에 속하면서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정립했던 화가였다. 인상주의가 빛과 색의
자유를 추구했다면, 드가는 공간 혹은 구도의 자유를 추구했다. <관람석 앞의
경주마>는 독특한 구도와 자연스러운 생동감으로 드가의 특징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다. 비록 제작은 아틀리에에서 기억에 비추어 했지만, 작품
들을 보면 마치 옥외의 밝은 빛 아래서 직접 그린 듯한 실감을 준다. 그림은 경마
를 시작하기 전 기수들의 흥분된 서성거림을 정돈없이 화폭에 담고 있다.
상부는 하늘로 차 있으며, 중앙은 필드로 비어 있고, 관중은 왼편 한쪽에 쏠려
있으며, 그리고 정작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기수들은 양편 가장자리에 배치되어,
마치 그림의 주제가 필드를 가득 메운 그림자들인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경마의 주제는 1862년부터 드가의 작품 속에 등장한다. 그러나 1870년경에
이르러서야 드가는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되풀이하여 다루기 시작했다.

Portrait of a Young Woman, 1867

이 여인상은 드가가 그린 여인의 초상화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이지적인 느낌마저 주는 이 여인의 인상은 자신 속에 깊이 빠져든 채 무엇인가에
골몰하고 있는 느낌을 주며, 용모에 흐르는 차분한 기품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자극한다. 그러한 느낌의 요인은 어딘가를 향해 차분한 듯 하면서도 날카로움을
보이는 눈매, 오똑 솟은 콧날, 굳게 다문 입술, 모든 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는 듯
곧게 세워진 귀, 학처럼 긴 몸 등 여인의 용모를 이루는 요소들이 짜임새 있게
조형화된데서 비롯한다고 볼 것이다. 그것들과 더불어 가다듬어 틀어 올린
단정한 머리의 차림새가 여인의 청순미를 일층 고조시키고 있다. 르누아르처럼
여인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적이 없는 드가는 유독 이 작품에서만은 여인의
아름다움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Mlle Fiocre in the Ballet "The Source", 1867-68

Portrait of James Tissot, 1867-68

1860년대의 드가는 일본의 '우끼요에(浮世畵:풍속화 판화)'의 영향으로 그의
회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지금까지 고전적인 좌우 균형을 이룬 안정감
있는 구도법에 익숙해 있던 드가는, 의도적으로 균형을 깨뜨린 것과 같은 불안정
한 느낌의 '우끼요에'의 구도에서 새로운 회화 표현의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전통적인 화법에서의 시각 위치는 주로 관점자의 눈높이인데 반해, 드가가 이
작품에서 시도한 구도는 위에서 아래를 향해 내려다보는 구도이다. 이로 인해
원근감과 공간감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윗부분 벽면에 가로로 걸린 것은
일본의 풍속화이며, 이러한 풍속화는 유럽의 많은 화가들이 이국 정서에 이끌려
자신들의 작품 속에 화제로서 끌어 올리곤 하였던 것이다. 드가도 예외 없이
그것을 이 작품 속에 그리고 있는 것이다.

The Rape, approx. 1868-69

The Orchestra of the Opera, approx. 1870

관현악단의 바순 연주자인 데지레 디오가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그린 초상화
이다. 드가는 오케스트라의 전형적인 배치를 전환하고 실재하는 음악가들과
누군지 분명치 않은 친구들이 등장하는 다인물 초상화로 재구성하면서 이 작품
에 절충주의적 요소를 가미했다. 표현과정에서 희극적인 형태의 악기들과 기묘
하게 뒤틀린 얼굴들, 악기의 현에 에워싸이고 인위적으로 잘려지기도 한 초상화
의 단편들을 특히 강조했다. 전통적인 화법으로는 중점이 되는 소재를 강조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부수적인 요소를 끌어들인데 반해, 드가는 어떤 상황의 극적인
한 순간을 포착하여 이를 실감 있게 재현하고 있다. 드가의 그러한 면이 비로소
인상주의 회화와 동질성을 갖는다. 이 작품은 주악석의 악사들에 초점을 두어
한참 연주의 절정에 달한 악사들의 진지한 모습을 담고 있다. 구도는 예의
'우끼요에'의 영향 탓인지 전경은 의자의 등걸이 면과 칸막이 선을 대각시켜 중앙
부에 편중된 인물과 악기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춤추는 무희들을, 그 부분만
을 그린 까닭은 그곳이 극장의 내부라는 것을 암시하고자 함이며 또한 무희들에게
각광(脚光; foot-light)을 비춤은 환상적인 화려한 분위기를 조성키 위함이다.
이 작품의 내용적인 면에서 분석해 보면 사실처럼 보이지만, 실제의 있어서는
드가의 관찰과 상상이 융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Dance Class, approx. 1871

1871년 즈음부터 드가는 오페라 극장을 자주 찾아다니면서 무용연습에 열중
하고 있거나 휴식을 취하는, 또는 무대공연에 열중인 발레리나들의 다양한 포즈
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발레리나들을 그린 그의 많은 그림들 중 거의
초창기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자칫 답답하고 한정된 공간으로 보여질 수 있는
무용 연습실에 변화와 깊이를 주기 위해 예전 화가들이 통속적으로 사용하던
커다란 전신거울과 열려진 문을 그려 넣었다. 또한 안정된 구도와 더불어 벽면과
바닥 색이 화면에 차분히 안착되어져, 지금 막 무용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연습을
시작하려는 듯한 발레리나의 모습과 연습실의 전반을 이루는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The Star, 1871-81, Pastel

The Dance Examination/Pastel

파스텔의 유연한 질감과 화려한 색채를 알맞게 표현한 이 작품은 인물의 특징,
파악의 방법이 자못 날카로움을 보인다. 예의 작품들과는 달리 화면을 가득 메운
무희들이 자신의 발 동작을 살펴보는 모습이거나, 긴 양말을 고쳐 신은 모습이며,
보호자인 듯한 여인이 이를 지켜보고 있는 장면이다. 드가는 이 작품에서 인체의
동세, 그리고 신체의 각 부분의 특징을 강조하여 날카로운 선묘를 구사하고 있다.
사각(斜角)을 이루는 지면의 불안정한 느낌을 보완키 위해 수직으로 곧 추선
인물을 두어 대각(對角)을 이루게 하며, 그 결과 V자 모양의 구도를 이룬다.
시험의 차례를 기다리며 준비 중인 무희들의 새하얀 의상은 유연한 여체의 탄력
을 뒷바침이나 하듯 유난히도 밝게 빛나 보인다.

Portrait in a New Orleans Cotton Office, 1873

Ecole de Danse, 1873

대개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색채에 관한 연구를 거듭함에
비해, 드가는 현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활동에 관심을 두었다.
이 작품에서도 드가는 특정한 부분에 관심을 두고 그를 강조함보다는 무희들이
무용연습에 열중하는 장면과 신발을 신거나 무용복을 입고 있는,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등 극히 일상적인 한 단면을 취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드가는 그것을 화면 속에 작위적인 짜임새로 집약함보다는 그 일부분만을
표현함으로써 실제감을 더욱 돋우는 효과를 거둔다. 역광이 투사된 실내 연습장
에 발과 다리를 일직선이 되도록 곧추세워 준비 자세를 취한 무희를 필두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무희, 계단을 내려오는 무희 등과 다른 동세의 무희들이 그려져
있어 넓은 공간, 그리고 분주한 연습장의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La classe de Danse(The Dancing class), 1873-75

이 작품은 유명한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쥘 페로가 지도하고 있는 무용수업 장면
을 그리고 있다. 20명이 넘는 인물이 넓은 연습실에 퍼져 있는 이 대작에서 그는
초기에 무용 장면을 그릴 때 즐겨 사용했던 구성에 변화를 주었다.
연습실이 북적거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그는 리본을 다시 매거나 스트레칭
연습을 하거나 연습실 저쪽 끝에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무희들과 페로
사이에 가로로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작은 개 한 마리가 물병에 비친 그림자를
놀라서 쳐다보고 있다. 엄격할 것 같은 선생님의 모습과 등을 긁고 있는 피곤에
지친 아이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The Rehearsal, 1873-78

Ballet Rehearsal on Stage, 1874

드가는 제 1회 인상파 전시회를 제외한 모든 전시회에 참여하였지만, 인상주의
작가들과 몇 가지 차이점을 갖는다. 광선에 대한 관심과 우연한 순간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제외하면, 드가는 인상주의보다는 사실주의에 더 가까운 화가였다.
인상파 화가들과 어울리면서 그가 가진 주제는 당시 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에
대한 것이었고, 그런 점에서 마네의 뒤를 잇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다시
투루즈 로트렉에 의해 계승된다. 이 작품은 제 1회 인상주의전이 열린 해에
그려진 그림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각과 화면의 중앙을 비워
두는 구도는 드가가 매료되었던 일본의 우키요에 목판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인공 조명의 제한된 빛이 고동색의 색조를 배경으로 하는 인물들에게
비치고, 음영의 대비 속에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단색톤의 그림에서 살아있는 느낌이 감도는 것은 이런 방법으로 묘사된 인물들의
독특한 움직임 때문이다. 사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던 드가의 감각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In a Cafe (The Absinthe Drinker), 1875-76

드가는 현실에서 보여지는 것을 조금도 그 자신의 미관 (美觀)에 따라 임의로 변형치
않고 실제의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현실을 파악하는 그의 관조력이 냉철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리의 평범한 카페, 그 내부에 대리석 탁자가 놓이고 무표정
하고 초라해 보이는 여자와 다른 곳에 시선을 보내는 남자가 나란히 앉은 모습이다.
'우끼요에'의 영향이 짙은 이 작품은 제작된지 17년이나 지난 1893년에야 발표되었다.
인물의 뒤쪽에 보이는 거울과 탁자의 가장자리 선 등이 사선으로 기움에도 불구하고
인물이 차지하는 중감(重感)으로 알맞은 균형세를 이루고 있다. 압상트 술 잔을 앞에
놓고 앉은 여인은 창녀이고, 이 두 인물의 모델은 드가의 친구 데브탱과 당시 미모의
여배우인 엘렌 앙드레라고 전해진다.

The Star, 1876-77/Pastel

꿈의 날개를 펴 보이는 듯한 이 무희의 자태는 높은 시각에서 포착되고 있다.
커튼 뒤로 가리워진 남자와 무희들은 간략하게 생략된 묘사를 보이며, 주가 되는
무희 이외에는 자유 분방한 거치른 필치로 처리하고 있다. 배경의 오른쪽 저 멀리
산과 같이 펼쳐진 무대 장치는 전면의 공간감을 일층 확대시키며 무대 면과의
원근감을 강조해 주고 있다. 각광을 받고 있는 화려한 의상의 무희는 실제의
공연에 있어 주역인 듯하다. 이 작품에 관한 것으로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과
이 작품의 소장자였던 귀스타브 카이유 보트는 그가 임종하기 전 유언으로써
그의 소장 작품들을 나라에 기증키를 원하였지만, 그 당시의 보수적 성향 때문에
그것들의 대부분이 거절 당하였으나, 드가의 이 작품만은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Laundresses Carrying Linen in Town, 1876-78

1879년 제 4회 인상주의 전람회에 출품된 이 작품을 두고 어느 비평가는 '멀리서
보면 도미에의 것과 같아 보이지만 가까이 접근해서 보면 도미에보다 훨씬 우수
하다.'고 격찬했다고 한다. 극히 요약된 활달하며 간략한 선묘로써 인물을 묘사한
이외에는 장식적인 어떠한 요소조차도 포함되지 않은 드가의 작품 중 특색있는
작품이다. 두 세탁녀와 바닥면의 짙은 세피아 색을 주조로 한 색과 샛노란 벽면의
색채가 강렬한 명도 및 채도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가 이렇듯이 대담한 공간을
구성함은 새삼스러울 것은 아니지만, 명도 높은 샛노란 색채로써 색의 대비를
이룸은 여태까지의 그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바닥과 벽면을 가르는
수평의 면과 두 인물의 높낮이도 수평의 높이를 보이지만, 무거운 듯 세탁물
바구니를 든 구부린 동세가 그러한 경직된 느낌을 완화시켜 준다.

The Rehearsal, 1877

At the Races, Amateur Jockeys, 1877-1880

시인이자 비평가였던 폴 발레리는 <드가, 춤, 데생>에서 드가가 머이브릿지
(Muybridge)의 연속 사진을 이용하여 말들의 동작을 탐구하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 당시 경마는 유럽의 중산층 사이에서 유행한 스포츠로 드가 또한 열렬한
경마팬이었다. 그 스스로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드가는 머이브릿지의 사진을
알고 있었음은 물론이고 말을 직접 관찰하기 위하여 경마장을 자주 찾았다.
그는 말의 골격과 근육에 대한 해부학적인 탐구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 결과 그가 그린 경주마들은 살아 움직이는 긴장감과 균형잡힌 우아한 자태가
절묘하게 조화되어 있다. 그는 말 자체뿐만 아니라 말을 조련하는 기수의 다양한
자세, 말과 하나 되어 움직이는 모습들까지 세밀하게 관찰하였다.
카메라로 한 순간 한 순간을 즉석에서 촬영한 듯, 화면 오른쪽에는 마차와 실크
햇을 쓴 신사가 캔버스 밖으로 잘려져 나갔다. 이러한 의도적인 구성은 경마장의
순간적인 인상을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Singer with a Glove, 1878

187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 드가는 카페를 자주 출입하는데, 그로부터 10년 후
에는 드가를 평소 존경하던 로트랙 역시 이 집의 단골이 되어 수많은 명작을
남기게 된다. 드가는 카페에서 노래를 열창하고 있는 여가수를 이 작품에서 표현
하고 있다. 드가의 여느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가수 한 사람만을 아주
가까운 위치에서 본 것처럼 크게, 그리고 자세히 몸의 일부만을 그리고 있다.
예의 각광을 받고 열창을 하는 이 여가수는 오른 손에 검은 장갑을 끼고 있어
배경의 화려한 커튼과 극명한 명도 대비를 이룬다. 가수를 근접한 위치에서 올려
다보며 그린 이 작품과 같은 경우는 드가의 작품 중 그리 흔치 않다. 아무튼
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은 그가 전혀 상반된 동적이며, 현실감 넘치는 표현을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상이기만 하다.

Rehearsal on the Stage, 1878-79

드가의 발레에 대한 중요한 관심은 넓은 공간에서 약동하는 무희들의 군상(群像)
에 있었다. 즉 드가는 발레의 세계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후일 차츰 무희들의 개별적인 모습 쪽에 관심을 돌리게 된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연습실에서만 이루어지던 것에서 벗어나 실제의 무대에서
총연습에 임하는 광경을 그린 것이다. 드가는 이처럼 난무하는 무희들의 모습을
스냅사진처럼 생생하게 포착한 다음 그의 기억에 남은 인상을 아틀리에에서 제작
하곤 했다. 드가의 그 박진함은 그야말로 기억의 세계를 통해 어느 정도 초현실적
인 세계로 치닫고 있음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중심의 무희는 발끝을 모아 제자리
에 잘게 움직이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 작품은 처음 펜으로 그렸던 것 위에
유화구로써 채색한 것이어서 펜의 흔적이 뚜렷이 드러나 보인다.

Edmond Duranty, 1879

드가가 그린 대개의 초상화는 여느 주문에 의하여 그려진 것들이 아니다.
항시 그와 친분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드가 스스로가 그들을 그리고
있으며, 또 그것을 그들에게 선물하곤 하는 것이었다. 이 초상화에서의 주인공도
드가와 같은 시대의 비평가로서 드가와는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 뒤랑티는 '새로운
회화'라는 그의 평론을 통해 드가의 작품을 인용,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였으며,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드가는 그의 미망인의 생계를 돕기 위해 뒤랑티의 유품
경매에 자신의 작품 4점을 내놓기도 했던 것으로 보아, 그들의 관계는 매우 절친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서재 속에서 잠시 포즈를 취한 뒤랑티를 그린 이 작품은,
수많은 책들이 굵은 선과 면으로 어우러져 중심된 인물 쪽에 시선을 모으도록
하고 있으며, 얼굴에는 잘게 분할된 붓자국이 보이기도 한다.

La La at the Cirque Fernando, Paris, 1879

Seated Dancer, 1879-80/Pastel

Portrait of Mary Cassatt, 1880-84

Dancers in Pink, 1880-85

Ballet Class, 1881

육안으로도 확인 할 수 있는 작품의 거듭된 수정의 흔적은 드가가 마지막까지도
이 그림을 완성품으로 여기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증거이지만, 그럼에도 이 그림은
그의 작품 가운데 구성에서 가장 기발하고 놀라운 작품이 되었다. 신문을 읽고
있는 어머니의 위치를 전면에 비스듬히 배치하고, 화면의 왼편 상단부에는 세
사람의 무희가 몸의 균형을 잡으려 하고 있거나 준비 자세에 임하고 있다.
오른편 가장자리에는 분홍색과 초록색의 넓은 리본을 맨 무희 두 명과 특이한
두상의 발레 선생이 시야에서 숨어 있다시피 배치되어 있다.

Little Dancer Fourteen Years Old, 1881/Bronze

시력의 약화로 파스텔화를 그리기 시작했던 드가는 결국 1898년경에 시력을 거의
상실하여 평면 회화를 포기하게 된다. 대신 촉각과 감각을 이용하여 작업 할 수
있는 조각으로 전향한다. 이 작품은 말년에 그가 조각 작업에 몰두하던 시기에
제작된 것은 아니지만, 회화와 조각 모두를 아우르는 드가의 탄탄한 조형 감각을
확신케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1881년 제 6회 인상파전에 출품되었을 때
비평계는 상반되는 반응을 보였다. 작가 위스망은 이 작품의 리얼리티가 사람들
을 경악시킬 만큼, 조각의 전통을 전복시켰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나, 일각
에서는 비난의 소리도 일었다. 이 조상은 위스망의 말처럼 당시로서는 매우
사실적인 작품이었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어린 소녀, 사춘기를 막 지난 어린
무희의 유연한 신체는 마치 살아 있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고, 머리를 약간 치켜 든 소녀의 자세에서는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몸체는
청동으로 주조되었으나 상체의 보디스와 발레용 슈즈는 밀랍으로 얇게 바르고
색조를 가해 진짜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발레용 스커트와 머리에 묶은
진짜 실크 리본은 이 작품의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모델이 누구인지
확인 할 수는 없으나, 세심한 관찰과 그 결과 얻은 사실적인 묘사는 사춘기
소녀를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The Millinery Shop, 1882-86

Women Ironing,1884-86

시간이 지나면서 드가는 점차 우아한 배경 대신에 노동자 계급의 세계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구부린 채 다림질을 하거나 하품을 하고 있는 여성들의 자세는
다소 거칠고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귀족적인 드가는 이러한 장면조차 전혀 천박
스럽지 않고 인간적 연민과 진실로 가득 찬 이미지로 만들었다.

Race Horses, 1885-1888/Pastel

Woman Combing Her Hair, 1886/Pastel

The Tub, 1886/Pastel

인상주의의 마지막 전람회인 제 8회 전에 출품된 이 작품은 당시의 많은 사람들
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드가는 발레리나, 다림질하는 여인, 세탁하는 여인,
그리고 목욕하는 여인 등 주로 여성을 주제로 한 그림을 즐겨 그렸다. 한동안
발레리나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던 드가는 1874년 <목욕하는 여인>을 그린
이후, 1878년부터 약 12여년 동안은 여성의 누드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누드화 작업을 주로 하던 시기의 막바지인 1886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둥그런
욕조에서 목욕하는 여인을 주제로 한 파스텔화이다.
드가의 여성 누드화는 공개적인 시각이 아닌 훔쳐보기의 기법을 쓰고 있는 특징
이 있는데, 이 작품 역시 드가 스스로도 "열쇠 구멍을 통해 보고 있는 것 같다"
라고 할 만큼 묘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것은 관람객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단지 자신의 몸을 닦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과,
화면을 극단적으로 양분하는 테이블의 구도, 그리고 여인을 바라보게 되는 눈높이
등에서 확연히 보여지고 있다. 또한 이전의 회화에서 보여졌던 이상화된 완벽한
아름다움을 마치 과시하는 듯한 대담한 구도의 여성 누드화가 아니라는 점이
이러한 낯설음과 엿보기의 효과를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이 그림이 그려질 무렵
인 19세기 후반 파리의 생활 여건은 목욕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시기였다
는 점에서, 아마도 이 작품뿐만 아니라 <목욕하는 여인> 연작들의 모델이 되었던
여자들은 직업여성이었을 것이라고 미술사학자들은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와 더불어 남성중심의 문화가 활발해 지면서 자연스럽게 여성을
소비하는 풍조가 만연해 졌고, 문란한 성생활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직업
여성들에게 청결을 의무화시켜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였던 점 등이 그러한 견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The Morning Bath, 1890/Pastel

Four Dancers, 1899

Ballet Dancers in the Wings, 1900/Pas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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